독일의 사회주의 예술사가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세계사”를 맘 잡고 다시 읽고 있다. “다시 읽고 있다”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사실 전3권(우리나라 번역판으로는 4권)짜리 이 방대한 저술을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전권을 산지는 10년이 훌쩍 넘었건만 서재에 두고는 띄엄띄엄 읽다가 내팽개치고 읽다가 졸려서 자곤 하던 그런 책이다. 자본론과도 같은 책이다. -_-;

그래서 이번에는 한번 전권을 독파해보리라 맘먹고 읽고 있다. 방대한 사료를 끈질기게 모아 솜씨있게 엮은 저자의 집요함에 기가 질리면서, 이미 세상을 떠나신 수많은 정욕에 불타는 귀족 분들과 평민 분들의 거친 숨소리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다. 제목이 ‘풍속’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성(性)의 세계사”라고 하여도 무방한 내용이다. 노골적인 내용의 시구와 그림들이 알차게 인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푹스가 무슨 변태적인 사람이 아니었느냐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로 그는 굉장히 금욕적인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로자룩셈브르크가 조직한 스파르타쿠스단에 들어가 독일 공산당의 창당 멤버 중 한명일 정도로 뛰어난 정치혁명가였기도 하다. 그런 그가 굳이 성(性)의 역사를 뒤돌아보기로 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유물론적인 역사관을 통해 비춰본 과거역사는 끊임없는 물질적 욕망의 역사이자, 또 한편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인 성욕이 갖가지 문화와 물질로 체현된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性)의 역사를 관찰하면 각 시대의 경제체제의 물질적 욕망, 더 나아가 생산관계의 질곡이 더욱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따분한 경제사보다 훨씬 재미나다.

현재 독서의 지점은 르네상스의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창조의 시대였던 르네상스 시대, 어느 시대보다도 생명의 탄생과 이를 위한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었던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이 시대 여성의 아름다움은 가녀린 소녀풍이 아니라 풍만한 가슴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성의 시대였다.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한 번 이 책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

p.s. 책값이 곧 비싸진다길래 3만원이 넘는 그의 또 다른 역작 '캐리커쳐로 본 여성 풍속사'를 질러버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7/10/17 16:47 2007/10/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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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07/10/17 17:31 Del/Mod Reply

    어렸을 때 삽화 보고 깜짝 놀랐었지요.. ㅋㅋ

    1. Re: # foog 2007/10/17 18:02 Del/Mod

      그러셨군요. 이 책말고 또 유명한 독일산 책이 섹스북이라는 성교육 지침서였죠. 그 책의 사진들 우리나라에서 출판될때 무쟈게 잘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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