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국내경제의 소비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 ‘장기적 소비부진의 원인분석(2008.8.27)’(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증가율은 외환위기 이전의 7%대에서 2000년대 들어 3%로 급락하였으며, 실질 GDP내 민간소비 비중도 57.6%(1990~97년)에서 51.7%(2000~07년)로 5.9% 축소되었다고 한다.

보고서에서는 소비부진을 설명하는 변수로 1) 소비여력의 약화 2) 고용창출력의 약화 3) 소득불균형의 심화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전통적인 설명을 분석모형에 적용할 결과 약 67%정도의 설명력을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또 다른 핵심변수로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을 들고 있다. 즉 이러한 불안감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현재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려 미래소비를 확보하게끔 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에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를 조사한 결과 각각 그 탄력성의 크기에서 고용불안(1.02), 교육불안(0.41), 노후불안(0.36), 금융불안(0.01)의 순서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중에서 앞서의 두 요소가 현재의 사회적 위치 또는 소비패턴의 범주라면 후자의 두 요소는 이로써 귀결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금융이라는 거시경제의 범주라는 점에서 가장 큰 설명인자는 역시 고용불안과 교육불안(즉 교육비 부담)일 것이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도래와 더불어 양산된 비정규직 등으로 인한 고용유연화와 이를 자식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현재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그러나 - 익히 예상할 수 있듯이 - 그 대안을 고용유연성의 포기에서 찾지 않는다. 보고서는 보다 완곡하게 - 또는 보다 교묘하게 -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불안감 해소’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목표를 양립시키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아시는 바와 같이 김대중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여태의 정부는 전자의 강화에만 주력해 왔다.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본격적인 내수주도형 경제로 경제체질을 바꿔야 할 시점에서 시의적절하게 소재를 선택한 이 보고서는 덴마크와 네델란드의 경우와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가운데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과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구사하는 이른바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제안하고 있다. 나름 현실적인 대안이다.

문제는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그 세부적인 실천방안이다. 우선 보고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상식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고용불안감에 대해서는 ‘고용정보의 질적제고’, ‘생애교육 차원에서의 직업훈련 강화’라는 다분히 교리문답식의 대안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대안은 현재 양산되고 있는 비정규직 및 파견직에 대한 기업들의 불법적인 노동착취 근절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앞서 전통적인 설명요인 중 ‘2) 고용창출력의 약화’ 부분에서조차 고용창출력 약화가 산업구조가 IT산업 등으로 고도화됨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을 뿐 비정규직 양산을 통한 고용의 질 악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러니 당연히 정책적 시사점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음으로 소비자가 현재소비를 희생하는 소비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에서 보고서는 “공적연금 이외에 기업연금 및 개인연금을 활성화해 노후보장 수단을 다양화”하자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획일화된 공적연금이 아닌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가 활용한다는 의의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상품들이 현재소비를 희생하는 소비행태의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연금’, ‘개인연금’이 ‘공적연금’보다 현재의 소비를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보고서 작성자는 이들 연금이 공적연금보다 싸다고 생각하는지?

삼성경제연구소의 - 다른 기업연구소들도 대개 마찬가지이지만 - 보고서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보고서의 작성자가 늘 무언가에 억눌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보고서들은 적절한 소재를 찾아 적절한 연구방법을 통해 적절한 설명요인을 찾는다. 거기까지는 좋다. 역시 실력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정책적 시사점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친기업적인, 또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시사점을 병렬식으로 늘어놓곤 한다.

이 보고서 역시 바로 그 느낌이다.

보고서 보기

2008/09/02 09:03 2008/09/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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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z의 생각

    Tracked from keizie's me2DAY 2008/09/06 06:01 Del/Mod

    보고서의 작성자가 늘 무언가에 억눌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적절한 소재를 찾아 적절한 연구방법을 통해 적절한 설명요인을 찾는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정책적 시사점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친기업적인, 또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시사점을 병렬식으로 늘어놓곤 한다.

  1. # Jayhawk 2008/09/02 09:53 Del/Mod Reply

    The high benefits and training provision that this system requires also require a higher burden of taxation upon the higher earning members of the society. Denmark currently has the highest total taxation of any country in the world.
    높은 혜택과 직업훈련의 공급이라는 이 시스템은 또한, 사회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구성원에게 더 많은 수준의 과세를 요구한다. 덴마크는 현재, 세계 어느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총액" 세제를 가지고 있다.

    via wikipedia:Flexicurity
    http://en.wikipedia.org/wiki/Flexicurity

    1. Re: # foog 2008/09/02 10:12 Del/Mod

      보고서에 보면 '1) 소비여력의 약화'의 원인으로 세금부담 증가를 들고 있습니다. 사회안전망과 세금부담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분석을 안하는 모양입니다.

    2. Re: # Jayhawk 2008/09/02 10:16 Del/Mod

      감세하고 있는 나라에, Flexicurity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니...참

    3. Re: # foog 2008/09/02 10:43 Del/Mod

      그것도 '사람의 본성'을 감안한 감세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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