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당분간 - 확실히, 짧지는 않을 시기 동안 -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승리한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볼셰비키에게 논리적인, 사실상 유일하게 설득력 있는 정책은 소련의 경제와 사회를 가능한 빨리 후진적인 것에서 선진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는 알려진 가장 분명한 방식은, ‘우매하고’ 무지하고 문맹이고 미신적이기로 악명 높은 대중의 문화적 후진성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기술의 근대화 및 산업혁명의 전면적 추진과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소련 모델에 기반한 공산주의는 우선적으로, 후진국을 선진국으로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초고속의 경제성장에 대한 이러한 몰두는 파국의 시대를 맞은 선진 자본주의 세계 - 자신의 경제적 활력을 되찾을 길을 필사적으로 모색한 - 에서조차 호소력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한 몰두는 서유럽 및 북미 밖의 세계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훨씬 더 직접 들어맞았다. 그 세계의 대부분은 소련의 농업사회적 후진성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발전에 대한 소련식 처방 - 현대 산업사회에 필수적인 기간산업과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초고속으로 건설할 것을 목표로 한, 국가의 중앙화된 경제계획 - 은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모스크바는 반(反)제국주의를 대표했기 때문에 디트로이트나 맨체스터보다 더 매력적인 모델이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사적자본도, 대규모의 사적, 이윤지향적 산업도 부족한 나라들에게 더욱 적합한 모델로 보였다. 이러한 의미의 ‘사회주의’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새로 독립한 수많은 전(前) 식민지 나라들 - 그 정부들이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거부했던 - 을 고무했다.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20세기 역사, 이용우 옮김, 까치글방, pp 518~519]

2008/07/24 22:49 2008/07/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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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호박꽃 2008/07/25 09:34 Del/Mod Reply

    국가사회주의보다 소비에트의 계획경제가 더 빨랐군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확실히, 시장자본주의 국가였던 남한이나, 공산주의를 거부했던 수많은 후발 개도국들이 시행했던 경제개발계획에 소비에트의 이미지가 드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foog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대공황시기에 소비에트는 스털링 에어리어 밖, 즉, 세계금융체제의 밖에 위치하고 있어서 영향을 받지 않았죠. 그 시기에 많은 미국인들이 (이념과는 상관없이) 소비에트로 이민을 했었습니다. 그만큼 스탈린의 개발계획이 서방인들에게 인상깊었다는 것이겠지요. ㅎㅎ 분명 그런 면에서는 '공산사회주의식'이라던가, '소비에트식'이라는 수식이 허용될 것 같습니다만,

    ' 특히 박정희 시대에 들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누가 봐도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의 그것을 노골적으로 베낀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분께서 만주국을 언급하셨는데, 몽만국 대신 일본을 그 예로 들 수도 있겠습니다. 메이지유신 시절의 일본의 개발정책은 '국가주도개발, 중공업 집중육성, 강제적인 산업구조조정.' 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농업국에서 공업국으로의 급진적인 산업구조 개편이라던가, 국가에 의한 노동자 및 산업 통제에 의한 산업화라는 점에서 메이지 정부의 개발계획은 소비에트의 그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분명한건, 메이지 정부가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아 그런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일본의 전체주의적인 체제 하에서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그런 형태가 나온 것이지요.

    횡설수설해버렸는데, 요지는 이런 형태의 계획경제는 전체주의적인 사회 하에서 급진적인 개발을 추진할 경우,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꼭 누군가를 베끼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앞서 말한 것 처럼, 전체주의 독재 체제하에서 계획경제를 실시할 경우, 계획은 국가 경제 이념이 공산주의인가, 시장자본주의인가와 상관 없이 아주 흡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국가들이 사회주의적 정치적 이념 - 좌파적 사회주의만를 뜻하는 것이 아닌, 광의의 사회주의를 뜻하는 것입니다. - 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는 것이고, 이런 면에서의 '사회주의식'이라는 수식이 옳은 것이겠지요.

    덧. 그런데 제가 너무 사소한 것 가지고 말꼬리를 잡는 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_-; 계획경제의 원조가 누구냐, 라는 문제가 핵심적인 논제는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덧2. 밖에 나가기 전에 급하게 쓰느라 글이 완전 엉망이네요. 시간이 나면 다시 댓글 달겠습니다. ㅠㅠ 더불어서 가능하다면 저도 이 주제에 대해서 부족한 글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1. Re: # foog 2008/07/25 10:02 Del/Mod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일단은 몇 가지 의견이 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때문에 토를 달지는 않겠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당초 제 발언이 약간은 본의와 달리 해부실험의 대상이 된 때문이라고 해두죠. :)

      즉 sonnet님의 글에 그 멘트를 지나가는 투로 달았을 때의 의도는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계획경제가 우월하여 그것을 박정희가 베꼈다.. 그런 의미가 아닌 북한과 남한이 신생독립국가로서 실질적으로는 서로 비슷한 경제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어느 의도에서든 양 국의 경제노선이나 발전상황에 대해 이중잣대를 대는 것은 곤란하다... 뭐 대충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하지만 글솜씨의 부족으로 인하여 이후 엉뚱하게 계획경제 '저작권' 문제로 논의가 비화되고 있어 개인적으로 공부는 되고 있으나 약간은 피로감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요컨대 20세기 초 '계획'이라는 단어의 임팩트는 소련에서 가장 강하게 전 세계에 전파하였다는 것이 통설인바 그것이 Rostow에서부터 비롯되었는데 그 중간고리가 소련과는 관계없달지 소련보다는 오히려 나찌의 계획경제가 서구에 더 인상적인 영향을 미쳤달지 하는 각론은(아 이런 의견은 호박꽃님 의견이라는 것이 아니라 http://sonnet.egloos.com 에서 이 주제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 상식증진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제 당초 발언의도와는 별개의 이야기라 생각되네요.

      다 제 부족한 글솜씨 탓이죠. ^^;

  2. # foog 2008/07/27 19:10 Del/Mod Reply

    "그러면 먼저 간략히 우리가 걸어온 제1의 길과 제2의 길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제1의 길은 박정희 모델입니다. 박정희 모델은 1960년대에 시작해서 1980년대, 1990년대 초까지는 계속 잘 나갔다고 할 수 있는 모델이죠. 이 모델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소련이 채택했던 스탈린 모델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제가 그 공통점을 몇 개 지적해 낼 수 있는데요."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 ··· 10142519

    노무현 정부 초기에 경제정책을 설계했던 이정우 경북대 교수의 강의로 그는 크게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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