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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민영화[각주:1]에 관해 시리즈로 하기로 해놓고 속으로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도 했다. ‘시각도 다분히 즉흥적인데다 주관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떠들어서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쓸데없는 뭇매를 맞게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기보다는 귀차니즘 때문이다. -_-;; ‘좋아하는 셜록홈즈 TV시리즈나 편하게 감상할 시간에 이런 글을 써야하나?’라는 귀차니즘. 하지만 그 귀차니즘의 질곡을 넘어 별로 기다리는 사람 없는 시리즈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두 번째 오해 : 다국적 기업의 안방점령?

이 부분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데 그런 만큼 미리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두 번째 오해’로 선정하였다. 즉 그 오해란 다국적 물기업이 수돗물을 포함한 상하수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시장을 점령하여 폭리를 취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이라는[각주:2] ‘그야말로 괴담’보다는 꽤나 신빙성 있는 주장이고 꽤나 공신력 있는 단체[각주:3]나 매체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바다.

“꽤나 신빙성 있는” 근거는 첫째로 그간의 세계 상하수도 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크와줄루 나탈 대학의 몰피 은돌부 연구원은 요하네스버그의 물사유화에 따른 실태를 증언하였다. 그에 따르면 물사유화에 따른 고통은 극심하였으며 외국인 혐오 폭력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기까지 하였다고 할 만큼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수돗물이 민영화되면 남아프리카나 기타 멕시코, 인도와 같은 제3세계에서의 그것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까?[각주:4] 이는 사실은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누가 객관적 근거나 실증자료로 증명할 문제는 아니다. 일부의 우려처럼 분명히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정부의 속내는 앞서의 나라에서 활개치고 있는 수에즈나 베올리아와 같은 다국적 물기업에게 안방을 내주겠다는 항복 선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보다는 수자원공사에게 지자체 상수도 사업본부의 수돗물 운영권을 거의 특혜다시피하여 넘겨주어 거대기업으로 키운 후 영국의 테임즈무어나 브라질의 사베습처럼 주식매각을 통해 민영화시키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수에즈나 베올리아와 같은 거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수돗물 민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이런 로드맵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실 이미 지난 1990년대 말 국내 하수도 시장의 민영화 시장에 기진출한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국운을 건(!) 외자유치 전쟁에서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그야말로 무혈입성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기업에게 상당히 배타적인 나라였고 민영화 시장마저 그들의 구미에 맞게끔 융통성(?)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거의 적응을 하지 못하고 패퇴(!)하였던 전력이 있다. 내 생각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면에서 남아프리카와 같은 상황까지 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변수는 다국적 물기업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ISO나 개별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한미FTA가 될 것이다. 이것들이 효과를 발휘하면 수자원공사의 국내 수돗물 민영화의 독식은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게 될 개연성도 크다. 그럼에도 역시 우리나라에는 다른 제3세계와는 다른 완충지대는 존재한다. 적어도 그들 나라보다는 규제정책이 더 강하고 정부의 협상력도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그렇다면 수자원공사가 국내 상수도의 운영권을 독식하는 것은 옳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이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이 부분은 별도로 다룰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두도록 하자. 요컨대 수에즈나 베올리아가 제3세계에서 ‘물사유화의 악의 축’으로 활개치고 다니기도 하지만 그들은 또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에서 100년이 넘게 물장사를 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걔들도 상대보고 달려든다는 이야기고 그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때에는 적어도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하고 들어올 것이라는 정도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이 오해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이 주제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해라기보다는 향후 전망에 대한 입장차이라 할 수도 있다. 물산업이 민간에게 개방될 경우 어떤 이는 외국의 다국적 물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을 독식하여 제3세계에서의 그들의 행태마냥 횡포를 부릴 것이라는 것이고 나는 그런 식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도다. 누구의 입장이 맞고 틀릴지는 두고봐야하겠지만 적어도 어느 입장이든 시사점은 있다.

그것은 물산업 민영화의 로드맵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또는 대안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3세계의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꼭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미래라고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능함 직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실용적인 대안, 근본적인 대안을 세밀하게 나누어 순차별로 접근하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1)

  1. 수돗물 민영화라는 표현으로 시리즈를 시작하였으니 만큼, 또 그리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본 시리즈에서는 ‘상하수도 민영화’, ‘물사유화’ 등 여러 표현보다는 보통은 ‘수돗물 민영화’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다만 또 이러저러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다른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본문으로]
  2. 아마도 세 번째 오해에서 다룰 것 같은 주제 [본문으로]
  3. 특히 물사유화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연구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본문으로]
  4. 이들 나라에서의 상수도 민영화에 따른 끔찍한 사태는 '블루골드'라는 책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