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건설업계 지원을 위한 금융권의 자율협약”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은행연합회는 재무구조가 양호한 곳으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와 시행사에 대해 내달부터 유동화채권과 대출 만기를 1회, 1년 연장해 주겠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PF의 붐 등으로 급격히 늘어난 건설업계로의 대출이 최근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대량 부실화될 우려감이 높아지자 시장이 신용경색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자율협약이다.
여하튼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와 레미콘업체 파업, 철근 파동 등으로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협약을 더 늦출 수 없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토로하였다. 결국 채권의 연장을 통해 1년 안에 건설사 및 시행사들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1년 안에 건설시장이 다시 살아나겠는가 하는 것이다. 최근 건설업계는 해외플랜트의 엄청난 호황으로 구인난을 겪을 정도지만 사실 그것은 극히 일부 상위 건설업체의 이야기 일뿐 부동산PF로 연명하던 중견건설업체는 해당사항이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융사의 저조한 참여율이다. 자율협약은 당초 2월 말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전체 321개 금융사 중 61개사(19%)만이 가입할 정도로 참여율이 저조해 시행이 미뤄져왔다. 이 정도면 시행 안 하니만 못하다. 하지만 채권금액의 비중으로 따지만 이야기가 다르다. 참여사들을 일반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 등을 포함한 전체 채권금액 기준으로 따지면 비율은 일단 70%를 확보했다. 최근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이 전체 대출의 25%를 보증하고 있다니 결국 19%의 금융관계사가 95%의 채권을 커버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아직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당사자래도 이런 협약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 70%이상의 채권을 19%의 은행과 저축은행이 나눠먹고서는 이제 와서 같이 채권을 연장해주자 하니 조그만 떡고물에 입이 튀어나왔을 보험, 증권업계는 더욱 더 성질 긁는 협약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각종 기초자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 현상에 따라 최근 세계 최고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조차 부동산 시장으로의 금융 쏠림 현상을 막아내지 못해 공황에 버금가는 금융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 분명 부동산PF도 자금의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이나 리스크헤지 여부를 떠나 우리 경제의 암초임은 분명하다. 요컨대 다행히 시장이 연착륙하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계기관들이 행동하면 문제가 없겠으나 결국 위기를 지연시킬 뿐으로 요행수만을 바라는 자세라면 그것은 현재 착실히 대손상각을 해나가는 월스트리트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 같다. |